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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힘 ‘믿음과 기다림’

  • 조회 : 197
  • 등록일 : 2019-07-23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힘 ‘믿음과 기다림’의 대표사진

강의단상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힘 ‘믿음과 기다림’

정학숙 교수(UST-KIST 스쿨)

지난 5월 서울 코엑스에서는 ‘발명의 날’ 기념식이 개최됐습니다. 이날 KIST 테라그노시스 연구단의 정학숙 교수는 국무총리 표창 수상자로 단상에 올랐습니다. 미생물에서 원하는 면역증강제를 바로 추출할 수 있는 ‘면역증강제 직생산 균주’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공로입니다. 면역증강제는 그간 몇몇 다국적 제약사들이 관련 특허와 기술을 독점해온 분야인데요. 우리나라에서 그보다 한층 높은 효율과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지요.

프라우드 프로그램 이미지2

인생행로 뒤바꾼 자동차 사고

정 교수가 2014년 관련 연구에 뛰어들기까지는 남다른 인생의 굴곡들이 숨어 있는데요. 원래 화학을 공부했던 그는 미국 유학 시절 뜻밖에도 박테리아로 연구주제를 바꾸게 됩니다. 남들은 이미 졸업을 준비하는 박사 과정 4년차였던 만큼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는 그의 표현도 무리가 아닙니다. 계기는 교통사고와 4번에 걸친 수술 때문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병상에 있다 학교로 돌아갔는데 설상가상 사고 후유증으로 약물 알레르기까지 생긴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아무리 보호구를 사용한다 해도 원래의 전공인 유기합성을 계속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지요. 결국 고민 끝에 제 인생과는 무관할 거라 생각했던 생물학 분야로 진로를 바꿀 수밖에 없었어요.”

관련 지식이라곤 대학생 시절 수강한 기초과목이 전부였던 정 교수는 용기를 내 밑바닥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학부와 대학원 수업, 선배 유학생들을 가리지 않고 쫓아다니며 부지런히 묻고 또 물었지요. 그러는 사이 연구실 동료들은 하나둘 졸업을 해 그의 곁을 떠났습니다. 축하하는 마음 한편으로 기약 없이 낯선 분야에 매달려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슬프게도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런 초조함은 약해지려는 몸과 마음을 바로 잡는 절실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밤새워 논문을 읽고 실험을 거듭했습니다. 그러다가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 갑자기 말문이 트이는 아이들처럼 저도 모르게 확확 공부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어요. 아마도 분야가 다를 뿐 연구의 기초체력이 쌓여 있었던 덕분인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 돌이켜보면 앞이 보이지 않던 막막한 시간들을 견딜 수 있게 한 가장 큰 버팀목은 역시 선생님들의 기다림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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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들이 마음에 새긴 불주사 자국

3년여에 걸친 분투를 믿음으로 지켜봐준 하버드대 지도교수님는 그가 우수한 성적으로 학위 과정을 통과하던 날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듀크의대 박사후연구원 시절의 지도교수님은 또 다른 모습으로 그의 마음에 불주사 자국을 남깁니다. 암투병으로 시한부 인생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지도교수님의 모습을 보며 그와 연구실 동료들은 한시도 허투루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고 하는데요.

최근 그가 한 신문 인터뷰에서 학생연구원 및 UST 학생들(황두현·지유현·안진수)에게 특별히 고마움을 표현한 것도 그때와 비슷한 마음이었을 듯합니다. 사실 정 교수의 연구는 크게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복잡한 절차 없이 미생물의 유전자를 바꿔 면역증강제 성분을 얻겠다는 아이디어가 국내에서는 전례가 없던 것이라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본 것이지요. 미생물 유전학, 생합성, 효소학, 구조생물학까지 여러 분야에 걸친 그의 융합적인 학문 배경은 거꾸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으로도 여겨졌습니다. 연구제안서도 번번이 퇴짜를 맞아 결국 KIST의 자체 지원 예산만으로 연구를 시작하게 됐지요.

최정길 교수 이미지

   그런 저를 믿고 최선을 다해 함께해준 게 바로 학생들이었습니다. 주변의 우려에도 흔들리지 않고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보완해주고 실험에 매달려주었지요. 그렇게 서로 격려하고 최선을 다해준 학생들이 아니었다면 이번 연구 성과는 나오기 힘들었을 거예요. 믿음과 기다림이 어떤 열매를 맺을 수 있는지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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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 교수와 학생들은 연구 시작 4년 만인 2017년 마침내 모두의 편견을 깨고 간단한 정제만으로 대장균에서 면역증강제 성분을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기술은 현재 국내 제약사에 이전돼 상용화 연구가 한창인데요. 박테리아를 증식시키면 대량 생산이 가능해 면역증강제의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백신과 알레르기, 치매, 암 등 다양한 질병의 치료제 개발에도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정 교수와 UST 학생들의 믿음과 기다림이 빚어낸 이 특별한 결실이 한국을 넘어 인류 모두의 건강을 지키는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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