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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하늘·우주 입체전 "미세먼지를 잡아라"

  • 조회 : 551
  • 등록일 : 2018-02-27
science

과학상식

땅·하늘·우주 입체전 "미세먼지를 잡아라"

"휘슬러가 안개를 그리기 전까지 런던에는 안개가 없었다." 오스카 와일드가 남긴 말입니다. 코넌 도일의 소설 속 주인공인 셜록 홈스는 안개 낀 영국 날씨를 "마치 우유를 쏟아부은 것 같다”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안개는 런던의 상징과도 같았습니다. 도시에 낭만이라는 색을 덧칠하는 물감과도 같았죠. 적어도 1952년 12월 4일 이전까지요.

그날 런던 아침은 상쾌했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 안개도 없었죠. 그런데 오후부터 바람이 멈추고 짙은 안개가 끼기 시작했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도로는 통행 불능 상태가 되었고요.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급증했습니다. 이런 상태가 나흘째 지속하였는데요. 바로 스모그였습니다. 도시는 마비되었고 사망자도 속출했습니다. 오스카 와일드가 그 모습을 봤다면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릅니다. "휘슬러가 안개를 그릴 때 런던에는 스모그가 없었다."

미세먼지는 화석연료를 태우거나 공장·자동차 배출가스에서 주로 발생한다. <사진 출처=pixabay>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너는 누구냐?

연기(smoke)와 안개(fog)가 합쳐진 스모그(smog)가 인체에 해로운 이유는 미세먼지 때문입니다. 미세먼지는 입자 크기가 10μm(마이크로미터=0.001cm) 이하의 먼지입니다. 2.5μm 이하면 초미세먼지라고 부릅니다.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우거나 공장·자동차 배출가스에서 주로 발생하는데요. 중금속과 유해 화학물질이 들어 있어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줍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석면, 벤젠 등과 함께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에 포함했습니다.

미세먼지는 기도, 폐, 심혈관, 뇌 등 신체 각 기관에서 염증을 발생합니다. 천식, 호흡기 질환, 협심증,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고요. 특히 초미세먼지는 입자가 매우 작아 폐와 기관지는 물론 뇌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데요. 이러한 위험도 차이 때문에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의 예보 등급 기준도 다르죠. 예를 들어 미세먼지는 농도가 151μg/㎥ 이상이면 ‘매우 나쁨’ 등급이지만, 초미세먼지는 101μg/㎥ 이상만 돼도 ‘매우 나쁨’입니다.

사실 미세먼지가 어느 날 갑자기 툭 하고 세상에 나온 것은 아닙니다. 인류가 뭔가를 ‘태우기’ 시작할 때부터 나온 물질인데요. 화석연료뿐 아니라 고기나 생선을 태울 때도 나옵니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진 이유는 너무 많이 태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늘의 실험실로 불리는 NASA의 DC-8. <사진 출처=NASA>

NASA가 첨단 항공기를 서울 하늘에 띄운 이유

지난 2016년 5월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장면 하나가 연출되었는데요. 서울 방이동 올림픽 공원에 대기오염 물질과 농도를 측정하는 국내 첨단 장비가 총출동한 것입니다. 지상만이 아닙니다. 하늘에서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용 항공기 DC-8이, 우주에서는 우리의 천리안 위성과 미국의 환경 관측 위성이 해당 지점의 관측 수치를 전송했습니다. 땅과 하늘, 우주에서 펼쳐진 이 입체작전의 목적은 미세먼지 유입 경로와 생성 과정 추적이었습니다.

1년 이상의 분석을 거쳐 나온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조사 기간 포집한 초미세먼지의 52%는 국내에서 발생했고, 그동안 유력한 유입 루트로 알려졌던 중국은 34%에 불과했습니다. 초미세먼지의 대기 중 2차 생성과 고농도 오존 발생의 주된 물질은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질소산화물(NOx)인 것으로 조사되었죠. 조사 기간이 짧아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당시 실험은 두 가지 교훈을 남겼습니다. 미세먼지 원인을 국내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과 정확한 경로를 알아야 정확한 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천리안 2B호 상상도. 정지궤도위성으로는 처음으로 환경 관측의 임무를 수행한다. <사진 출처=KARI>

"미세먼지 꼼짝마" 첨단 과학기술 총출동

미세먼지를 잡기 위해 과학기술계도 분주합니다. 땅과 하늘, 우주에서의 입체작전이 다시 펼쳐지고 있는데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어디에서 발생해 어떻게 이동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2019년 발사 예정인 해양·환경 관측용 정지궤도복합위성인 천리안 2B 호가 이 임무를 수행합니다. 천리안 2B 호에는 GEMS라고 불리는 환경 탑재체가 실리게 되는데요. 예정대로 발사할 경우 정지궤도 상 환경 관측은 세계 최초가 될 전망입니다.

드론을 이용해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방법도 개발 중입니다. 미세먼지 제거 필터를 장착한 드론을 날려 미세먼지를 잡겠다는 것인데요. 물론 한두 대의 드론으로는 효과가 없겠죠? 하지만 수십, 수백 대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군집 드론이 하늘의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게 되는 거죠. 이렇게 미세먼지를 빨아들이는 방법도 있지만, 드론으로 공중에서 물이나 화학물질을 살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드론을 이용한 방법은 지난해 초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검토할 정도로 기술적 완성도가 높습니다.

지상에서는 오염원 자체를 차단하는 기술이 다각도로 개발 중입니다. 실제 국내 연구진은 플라즈마 버너 기술을 이용해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질소산화물을 90% 이상 잡을 수 있는 설비를 개발했는데요. 플라즈마 버너를 이용한 촉매 설비를 화력발전소나 열병합발전소 등에 설치해 미세먼지 발생 요인인 질소화합물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입니다.

과거 일기 예보는 기온이나 바람, 눈, 비 소식 정도가 전부였는데요. 이제는 미세먼지 농도와 등급이 일기 예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우리 일상 깊숙이 파고들면서 ‘미세먼지와 전쟁’이라고 부를 정도입니다. 짧은 기간, 한 번에 미세먼지를 잡을 수는 없겠죠. 하지만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시민들의 생활 실천, 여기에 첨단 과학기술이 합쳐진다면 이기지 못할 싸움은 아닙니다. 첨단 과학기술이 더 많은 승전보를 전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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